프리드리히스펠트 중앙공동묘지 Zentralfriedhof Friedrichsfelde에서 혁명가들을 추모하자

Gedenkstätte der sozialisten: 사회주의자 추모 제단
혁명의 실패는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대가로 한다. 그리고 그 죽음을 추모하는 일은 혁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1918년 독일 혁명의 패배와 그 뒤의 사정들은 파시스트 운동이 성장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국가 권력을 장악한 나치는 전 유럽을 전쟁터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독일인들은 나치의 등장에도 처절히 싸웠지만 분노와 광기에 눈 먼 나치에게 안타깝게도 각개격파 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결과는 죽음이었다. 


죽은 이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일로 사라졌고, 이제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주검은 아직도 땅속에서 우리에게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모른다.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프리드리히스펠트 중앙공동묘지(Zentralfriedhof Friedrichsfelde)다.


DIE TOTEN MAHNEN UNS: 죽은 자들이 산자에게 말한다  그 앞의 묘가 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룩셈버그의 묘다

이 묘역은 흔한 공동묘지다. 한국 광주의 망월공원묘지나 프랑스 파리의 페르라세스 공동묘지처럼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지방자치시도가 운영하는 공동묘지다. 그러나 잘 보면 그 한 쪽에 묘지 여럿이 뭉쳐 마치 “우리는 억압적인 국가에 맞서, 혁명을 지지하며 싸우다 장렬히 사망했소” 하고 이야기라도 하듯 모여 있다. 이들이 이 묘역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바로 독일의 사회주의자들의 묘역이다. 

1881년 5월 21일에 문을 연 이 묘역은 베를린 시가 프리드리히스펠드의 땅 일부를 사들여 당시 시성벽 바깥쪽에 만들었다. 종교나 신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공동묘지였는데, 빌헬름 리프크네히트가 이것에 묻히고 나서부터는 독일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이곳에 하나 둘 묻히기 시작했다. 

그후 칼 리프크네히트, 로자 룩셈버그(그녀의 진짜 시신이 묻힌 것이 아니라는 설이 있다) 등 독일 혁명의 희생자들, 그리고 독일공산당원들이 이곳에 함께 묻혔다. 이들은 모두 독일 혁명을 이끌거나 지지하며 싸웠던 사람들이었지만, 지배정당이었던 사민당과 다른 자유주의 정당에게 패배했던 것이다. 그리고 독일 공산당의 주도하에 1926년 이들 혁명가들을 위한 기념제단이 묘역 안쪽에 만들었다. 하지만 나찌가 이 제단을 무너뜨려버리는 바람에 이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방치되어 있다 1983년 이를 대체한 기념비가 세워져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묘역 입구로 들어가면 넓직한, 사회주의자들을 기리는 별도의 기념 제단이 눈에 띠는데, 이곳은 1951년에 건설된 것이다. 구 동독(독일민주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빌헬름 피에크가 주도해 만들었다. 이 제단의 가운데 기념석에는 "죽은 이들이 산자에게 말하고 있다" 하고 써있고, 바로 그 돌 밑에 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버그의 묘가 있고 옆으로 다른 혁명가들이 둥그럽게 돌을 감싸고 있다. 이 중엔 프란츠 메링의 묘도 있다. 또 돌 주변으로 제단을 감싼 둥그런 벽 안쪽에는 독일 공산당의 묘가 늘어서 있다. 

이 제단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좀 더 안쪽에는 나치에 저항하다 숨진 사람들(이들은 독일공산당원이 아니었다), 나찌의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케테 콜비츠가 그녀의 가족묘에 함께 안장되어 있다. 

묘역을 한바퀴 돌다보면 묘역이라고 하기보다 숲에 가까운 곳도 나와서 으시시하기까지 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음이 눈에 띤다. 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혁명가들이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잘 듣고 온다면, 최고의 추모 방법이 아닐까. 

주소: Stadtischer Zentralfriedhof Friedrichsfelde Gudrunstrasse 20 10365 Berlin-Lichtenberg
웹사이트: www.sozialistenfriedhof.de
사진: 김승현

'스탈린주의의 희생자들에게'라고 쓰여있다

사민당원들의 묘가 사회주의자들의 제단 옆에 있다. 사람 손이 닿지 않았는지 나무가 우거져있다.

칼 리프크네히트의 묘

로자 룩셈버그의 묘. 이 묘 안에 있는 시신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녀가 오랫동안 장애가 있었는데 이 시신에는 그런 장애의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 그 근거다. 

프란츠 메링의 묘

나치 세력에게 맞서 싸우다 숨진 이들의 묘  이들은 공산당원이 아니어서 사회주의자의 제단에 있지 않다

1926년 만들어진 독일 공산당원 혁명가들의 제단. 나치 시절에 파괴되었다고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아래와 같이 1983년에 기념비를 세웠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의 희생자들의 묘역

케테 콜비츠의 가족묘. 맨 아래 그녀의 이름이 보이고 그녀 이름 위에 그녀의 남편, 칼 콜비츠의 이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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