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를 - 공식적으로 현대 국가 그리스가 -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를 알려면, 아테네에 있는 이 박물관을 가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를 지배했던 지배층들의 생활과 믿음 같은 것들이다. 특히 이런 고고학박물관의 유물들은 주로 귀족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테네나 그밖의 그리스 도시에 있는 다른 박물관이나 고대 유적들도 거의 유사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되고 대게 지배층들의 문화나 사회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어진 공공 장소 등이 다수다.
이런 고대 유물이 현대 그리스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고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스 고대 유물이 보여주는 것은 이들이 이후 서양 문명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서양 문명의 기초를 이해한다고 해서, 현대 서양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대는 고대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는 - 대단히 이데올로적이지만 - 전사 계급에서 등장한 고대 그리스 지배자들의 이야기를 옮겨다 놓은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신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믿거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작품이나 영화 속 이야기 소재나 될 뿐인 것이다. 마치 우리가 단군이 곰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을 믿지 않듯이 현대 그리스 사람들도 제우스네 집안을 신화처럼 그대로 믿진 않는다.
그럼에도 어쨌든 놀랍게도 우후죽순격이던 그리스 신들의 계보가 도시국가의 안정기, 즉 지배의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열두 신으로 정리되는 것을 보는 것은 고대 그리스가 어떻게 국가 체제를 형성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여하튼 현대에도 자주 인용될 만큼 낯설지 않은 이 이야기들과 표현 방식(특히 조각과 건물)들은 이 판헬레니즘 시대에서 부터 비롯한 것이고, 그것은 고대 로마를 거치며 처음에는 로마 고유의 신화와 뒤섞이다가 나중에는 초기 카톨릭의 종교와 뒤섞이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조각상들은 적어도 고대 로마와 중세 기독교와 르네상스, 그리고 근대 지배계층에게까지 이어지는 일정한 표현 양식을 포함한다. 대리석 조각들은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뭔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품고 거리와 광장에 서있는 값비싼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게 신화나 영웅이나 또는 복종해야할 근엄함을 담은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여기서 처음 보되고 앞으로도 보게될 것이며, 아마 금은 칠이 되어있는 것도 보게된다. 매우 현대화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것들이 고대 그리스 안에서 초기 모습에서 완성된 형태로까지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바로 이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말이다. 그러므로 역사에 관심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곳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억압과 저항의 역사로 이어진 현대 그리스 역사에서 이 고대그리스 문명은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지배자들의 폐쇄적 생활 경제 시스템 중 하나였던 아고라가 - 흔히들 민주주의의 온상이라고 생각하지만 -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현대 그리스 지배자들에 맞서 싸우는 그리스 투사들에게 모종의 영감을 주고 있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