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저항 기념관, 영화 “발키리”의 실제 무대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지역으로 이어지는 스타우펜베르크 거리(Stauffenbergstrasse)에 가면 독일 국방부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스타우펜베르크는 히틀러 암살을 시도했던 독일군 장교의 이름이다. 영화 “작전명 발키리”를 본 사람은 영화 주인공이었던 탐 크루즈가 떠오를텐데, 탐 크루즈가 연기했던 실제 인물이 이 스타우펜베르크다. 그런데 이 이름과 이곳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곳은 원래 벤들러 지구(Bendler Block)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곳이다. 1911년부터 14년 사이, 그러니까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이곳으로 빌헬름 제국의 해군 건물들이 들어섰는데, 그때 이 곳의 거리 이름이 벤들러 거리였기 때문에 벤들러 지구라고 불렸던 것이다. 벤들러는 1837년 이 거리를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이다.

그러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면서 이 곳에 나치 군 수뇌부의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육군본부, 예비군 지휘부, 군수부대 지휘부, 해군사령부 일부 등등. 1933년 2월 3일에는 히틀러가 자신이 독일 제국의 지도자가 되었음을 선포한 것도 이곳이었다. 

나치의 전쟁이 패하고 독일이 둘로 나뉘었다 통일된 뒤인 1993년, 이곳에 다시 독일연방 국방부 건물이 들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여기 벤들러 지구는 독일 군의 지휘부를 뜻한다. 

그런데 그 벤들러 지구 한 쪽에 나치에 저항한 한 무리의 군 장교 집단의 히틀러 암살 시도를 기념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지금의 독일저항기념관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이 곳에서 그 장교들이 암살 시도를 주도하다 실패하고, 그 뒤 이곳에서 체포돼 처형되었기 때문이다. 이 날에는 해마다 기념식이 열리는데, 7월 20일로 1944년의 일이었다. 스타우펜베르크는 그 장교 중 한 명이었고, 이 날의 작전명은 ‘발키리’였다. 
왼쪽 끝 회색 장교복을 입은 사람이 스타우펜베르크. 가운데 히틀러.
왼쪽이 스타우펜베르크
루디빅 벡. 발키리 작전을 주도한 인물
벤들러 거리가 스타우펜베르크 거리로 이름이 바뀐 것은 바로 이같은 맥락과 관련이 있다. 현대 독일군에게 나치는 치욕이어야 한다. 비록 독일군이 지금도 해외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만, 1933년부터 1945년 집권기 동안 나치가 벌인 그 끔찍한 살인과 반인륜적 범죄는 두고 두고 비난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44년 7월 20일 그 날의, 스타우펜베르크 같은 젊은 장교와 그가 함께 했던 루디빅 벡(Ludiwig Beck), 프리드리히 올브리히(Friedrich Olbricht) 같은 군 장성들은 바로 그런 독일군의 상징이다. 그들은 히틀러를 죽임으로써 나치를 정권에서 끌어내리고 독일을 전쟁 전의 상황으로 돌려놔 유럽과의 공존을 계획했다.

독일저항기념관의 마당은 이들이 나치에게 총살당한 곳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탐 크루즈가, ‘독일이여 영원하라!’라는 외마디와 함께 총살당한 그 곳 말이다. 지금 그 마당에는 이 날의 장면을 기억하는 한 젊은이의 동상이 서있고, 그 앞에는 추모의 몇 마디가 바닥에 새겨져 있다. 

“그대들은 부끄러워 하지 않고 저항했으며, 자유, 정의, 명예를 위한 그대의 뜨거웠던 삶을 희생해 언제나 깨어있는 변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독일저항기념관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제외하고 연중 무휴에, 공짜다. 여기서 사람들은 발키리 작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당시 독일 군 내부에서 히틀러, 하인리히 히믈러, 괴벨을 중심으로 한 나치 군대에 저항한 군인들의 도전을 보게 된다. 물론, 군인들뿐만 아니라, 히틀러의 간담을 서늘케 한 1939년 11월 8일의 암살 시도와 그 밖에, 공산당과 사민당, 그리고 종교 단체의 저항의 이야기들도 함께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을 빠져 나와 주변의 독일군 건물들을 보면 마음이 다시 언잖아지고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거리 이름을 바꿨더라도 말이다. 

글, 사진: 김승현 

독일저항기념관 주소: Stauffenbergstraße 13-14, 10785 Berlin
웹사이트: www.gdw-berlin.de
휴일: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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