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이야기 Story of Berlin 정문. 사진 김승현. |
1999년 6월 24일 개장했는데 민간 박물관이다. 입장료도 왠지 비싸 보인다. 성인 기준 요금이 12 유로다. 게다가 죄다 영어와 독일어 설명만 있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유물은 별로 없이 설명과 마네킹과 모조품을 중심으로 재밌게 꾸며놓았을 뿐이다. 이쯤되면 가볼까 말까 고민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베를린 이야기는 다른 어떤 곳에 비해, 베를린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곳이다. 13세기에 베를린이라는 이름이 최초로 문헌에 등장한다는 것부터 20세기 초 격동의 역사, 나치즘과 전후 분단. 그리고 분단된 나라에서의 저항과 통일을 향한 노력 (그렇다! 독일에서 ’통일’은 모든 것을 수렴했다 다시 뻗어나가는 공식 용어다) 등등이 정말이지 구체적이다. 친절한 화살표는 끝도 없이 방문객을 이끌어주면서 저항과 억압과 새로운 국면들을 소개해준다. 그러니 베를린의 역사를 둘러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영어, 독어 설명만 괜찮다면 말이다)
플러스! 추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1970년대 만들어진 핵대피지하시설이다. 아직 냉전이 한창이던 때, 동서로 나뉜 채로 있던 서독, 서베를린은 베를린 지하에 엄청난 지하 대피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대략 3천 6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안에는 화장실, 식당, 환풍 시설, 그리고 침대들이 넓은 지하 공간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솔직히 끔찍함, 답답함 등등. 아마도 상상 가능한 모든 종류의 핵 전쟁의 공포를 간접 체험해야 하는 곳이다. 처음 들어서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곳에 내가 올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만약에라도 핵 폭발 상황에 부딪히는 내 자신을 상상하고 있다. 핵이 폭발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피할 곳은 이런 대피 시설인데, 이 곳처럼 체계적으로 먹고 입고 싸는 시설을 갖춘 것은 그나마 최고 시설에 해당할테고 이 보다 못한 곳이 더 많은 것일다. 그런데 그 최고 시설이라는 이 대피소가 그렇게 쾌적하고 기분좋은 곳은 아니다. 3천6백 명, 도시 인구에 비하면 정말이지 소수에 지나지 않다. 그러나 상황 발생 시 인근 주민들이 급하게 피해 들어가게 되는 이 대피소는 곧 터질 듯한 공간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바깥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안에 사람들은 부족한 공기, 얼마 안 되는 식량, 깜박거리는 전기, 좁디 좁은 침대, 지그재그로 줄 서서 배급 받아야 하는 식당(아마 하루 온종일 배급을 하고 있을 지 모른다) 한참을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얼마 안 되는 변기, 좁은 공간에서 운동은 눈치껏 해야 하고, 하루 온종일 어두컴컴한 곳에서 말 그대로 버텨야 한다. 아, 핵이 차라리 없어진다면 좋을 것을!!
이런 상상은 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곳에 가서 한 번 간접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사실, 이것이 완전히 남의 일만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인은 핵을 머리 맡에 이고 자듯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수많은 핵발전소가 그렇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스토리 오브 베를린 주소: Kurfürstendamm 207-208 inside the mall Kudamm Karree 10719 Berlin
휴관일: 토, 일
입장료 공짜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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